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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먹어 통했다…우린 맛을 아는 ‘푸드 러버’

조회154 2020.02.10 08:55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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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먹어 통했다…우린 맛을 아는 ‘푸드 러버’

등록 :2020-02-03 17:57수정 :2020-02-04 02:06

[‘맛있는 녀석들’ 5년 인기 비결은?]
‘뚱뚱한 몸’ 개인기 넘어
연기력·아이디어·진행력 빛나
맛 표현 위해 시집 읽는 노력에
잘 먹는 법·맛집 친근하게 전달


“뚱뚱이·돼지” 거침없는 입담에
진정성 가득한 먹방으로 인정받아
“먹을 때 말 없으면 정말 맛있는 것
뚱뚱이들 귀엽게 봐 주셔서 감사”

“처음 시작할 땐 뚱뚱이들이 밥 먹는 걸 누가 볼까 했어요.”
지난달 30일 <맛있는 녀석들>(코미디티브이) 간담회에 참석한 코미디언 유민상은 자신을 주저 없이 ‘뚱뚱이’라고 불렀다. 이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는 김준현, 문세윤, 김민경뿐만 아니라 송영길, 김수영, 김태원 등 이른바 ‘비만의 몸’을 내세운 이들도 자신을 “뚱뚱이”라고 부르는 데 거침없다.
 
사실 이들은 ‘뚱뚱한 몸’을 개인기 삼아 데뷔했다. <개그콘서트>(한국방송2) 등 프로그램은 공채 선발 때 해마다 뚱뚱한 캐릭터를 한명씩은 뽑았다. 유민상은 2014년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티오가 따로 있는 건 아닌데 매년 들어오니 계보가 생기더라”고 말했다. ‘큰 세계’ ‘아빠와 아들’ 등 뚱뚱한 이들이 겪는 비애를 웃음으로 승화시킨 꼭지도 늘 등장했다. 김준현은 “우리끼리 배에 ‘검’ 자는 찍어봐야 진짜 ‘돼지 개그맨’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도 했다. 검사가 끝난 돼지 몸에 ‘검’ 자 도장을 찍는 것을 빗댄 ‘자폭 개그’다.
하지만 몸을 활용한 개그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가학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고 선입견 때문에 할 수 있는 배역도 한정돼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대부분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어서” 살을 빼는 등 다른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정작 빼고 나면 자신만의 캐릭터가 사라져 오히려 배역이 줄어들기도 한다. ‘뚱뚱 캐릭터’를 사랑하지만 이런 딜레마에 빠져 많은 고민을 한단다.

<맛있는 녀석들>은 이런 뚱뚱 개그맨을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들의 장점이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로 인정받은 것이다. “누가 볼까” 했던 콘셉트가 2015년 1월 첫 방송 이후 5년간 인기 프로그램으로 방영된 힘은 이들이 ‘진심으로’ 먹는다는 점이다. 개그프로그램 꼭지처럼 먹을 것을 앞에 두고 정신 못 차리는 ‘바보’로 만들어 비하하지 않고, 유튜버들처럼 ‘푸드 파이터’인 양 먹지 않아 불편하지 않다. 유민상은 “우리가 정말 음식을 잘 먹고 좋아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5년이나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먹방 유튜브 콘텐츠가 ‘푸드 파이터’라면 우리는 ‘푸드 러버’다. 밥 먹을 때 틀어놓으면 친근하게 같이 밥 먹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고 했다. 김준현은 “실제로 먹는 것을 좋아하고 잘 먹는 장점을 이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턱대고 먹기만 하는 게 아니다. 원래 먹는 걸 좋아하니 ‘맛집’에 대한 노하우를 제대로 활용한다. 5년간 셀 수 없을 정도의 맛집을 찾아다녔다. 제작진이 정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먹어봤던 맛집을 추천하기도 한다. 김준현은 “평소에 일부러 더 다양한 곳에 가서 많이 먹어본다”고 말했다. 문세윤이 닭다리 뼈를 한번에 발라 먹는 장기를 선보이는 등 ‘잘 먹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방송을 위해 일부러 만들지 않고 평소 먹는 방식을 보여주기에 억지스럽지 않다. 맛 표현을 어떻게 다르게 할까에 대한 고민도 쉼 없이 한다. 김준현은 “맛을 잘 표현하려고 평소 시집이나 문학책을 읽는다. <초밥왕> 등 음식 관련 만화책을 읽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외에는 예능프로그램 메인 진행을 맡아본 적이 거의 없는 이들의 ‘진행 능력’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빛났다. 문세윤은 <맛있는 녀석들>에서 다시 한번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은 뒤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다. 김준현은 “‘먹방’ 안에서도 진행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어쩌면 뚱뚱한 몸에 이들의 능력이 가려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큰 몸이 더 부각될 뿐이지 이들 모두 연기력과 아이디어가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일주일 단위로 새 꼭지를 만들어내야 하는 개그맨들은 재능이 없으면 성공할 수가 없다. 유민상은 <개그콘서트>의 아이디어 뱅크였고, 특히 스탠딩 개그에 일가견이 있다. 김준현은 배우 뺨치는 정극 연기를 잘한다. 그는 세상 돌아가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 신문도 챙겨 보고 동료들과 끊임없이 토론도 한다. 철학과를 나온 그는 대학 때 과대표로서 등록금 인상 반대 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과거처럼 무턱대고 몸을 앞세우지 않는다. 이제는 몸 걱정도 한다. 김준현은 “일주일에 한번은 간헐적 단식으로 공복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뭐든 잘 먹는 이들도 사실 입맛에 따라 호불호는 있다. 프로그램을 잘 들여다보면 어떤 게 정말 맛있는지 보인다. 김준현은 “먹을 때 말이 없어지면 진짜 맛있는 것”이라며 웃었다. 이들은 “뚱뚱한 이들끼리 모여 다니면 ‘쟤네 얼마나 먹나 보자’는 식의 구경거리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이들이 ‘잘’ 먹는 걸 보며 많은 이들이 친근함을 느낀다. 이들에게 ‘먹방’의 정보도 얻는다. 김준현은 “뚱뚱한 사람들이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우리의 장기 자체가 콘텐츠가 된 것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뚱뚱이들을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유민상)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926745.html#csidxef040964c2b331eae134a6cef764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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