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으로
  • 로그인
  • 회원가입
    • 글자크기설정
  • SITEMAP
  • 즐겨찾기 추가
Home커뮤니티뉴스

목록

‘기부 후진국’에서 벗어나야 한다(김용하 / 순천향대 교수·금융보험학)

조회4,566 2016.01.05 12:01
관리자
김용하 / 순천향대 교수·금융보험학

56.0도. 12월 28일 기준 우리나라의 나눔 온도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2015년 기부금 목표는 3430억 원인데, 올해가 사흘밖에 남지 않은 이날 현재 그 절반이 조금 넘는 1921억 원이 모금됐다고 한다. 올해 경기가 신통치 못해 여유가 없어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기부(寄附) 인심이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에 있는 한 자선구호단체(CAF)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5년 기부지수(WGI)는 35점으로 조사 대상 145개국 중 64위를 차지했다. 2013년에 45위, 2014년에 60위였던 점을 고려하면 그나마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영미권(英美圈) 경제 선진국들이 기부지수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지만, 기부지수 1위 국가가 미얀마라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미얀마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00달러 수준으로, 경제적으로 그리 풍족한 나라가 아님에도 기부를 많이 하는 것을 보면 기부는 단순히 잘 살아야 많이 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고, 기부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할 수 있다.

선진국의 기부문화를 보면, 영미권 국가는 활성화돼 있는 반면, 복지 마인드가 강한 유럽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낮다. 북유럽 복지국들의 기부문화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은 이들이 고복지·고부담 국가 유형이라는 점과 관계가 있다. 촘촘한 복지 시스템을 통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있어 별도의 기부를 통한 이웃돕기가 덜 필요한 데다, 조세부담률도 40% 이상 수준으로 매우 높다는 게 특징이다. 반면에 미국·영국 등은 복지 수준이나 조세부담률이 북유럽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기부문화가 발달해 사회 통합의 중요한 축이 된다. 그렇지만 이들 국가의 기부지수도 한국보다는 높다.

우리나라는 복지 수준과 조세 부담이 비교적 낮음에도 기부문화가 저조한 것은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사회의 신뢰가 부족한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기부를 해도 이를 칭찬하긴커녕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기부한 것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기부를 꺼리게 된다.

우리와 달리, 부자 나라인 미국은 기부에 있어서도 파격적이다. 최근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 지분의 99%인 450억 달러어치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99%의 기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미국의 투자 귀재 워런 버핏 등이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미국 신흥 부자들의 전통이 되고 있다. 이렇게 활성화된 기부문화가 미국 자본주의를 자선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로 불리게 만들고, 인종·종교·계층 등 복잡한 사회갈등 요소가 있음에도 미국이 건강한 국가를 유지하게 만드는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부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도 환경적인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 올해 세제 개편으로 다소 개선됐지만, 우리나라의 기부금에 대한 세액 공제율은 15%에 불과하고, 2000만 원 이상 고액 기부금의 세액공제율도 30% 수준에 머물고 있어, 미국 등에 비해 세제 유인이 약하다 할 수 있다. 또한, 기부처에 대한 불신의 해소도 중요하다. 기부하는 사람이 기부할 곳을 정할 수 있는 지정기탁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기부 단체의 투명성을 더욱 강화해 기부하는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부 방법도 더욱 다양화하는 추세다. 금전이 아닌 자원봉사도 소중한 기부 활동이다. 그 연장선에서 최근 늘고 있는 재능 기부도 주목된다. 어려운 이웃에게 식품을 기부하는 푸드뱅크는 자칫하면 낭비될 수 있는 식품 자원의 효용성 증대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노숙인 등을 위한 서스펜디드 커피를 한국화한 미리내운동도 있다. 거리의 구세군 자선냄비부터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간단히 할 수 있는 기부까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기부가 있다.

기부도 일종의 습관이라고 한다. 누구나 시작하기는 어렵지만, 한번 해 보면 또 하고 싶고 그리고 계속하게 되는 것이 기부 습관이다. 며칠 남지 않은 을미년, 나눌수록 더욱 커지는 뿌듯한 기부의 기쁨과 온기를 이웃과 함께 누려 보면 어떻겠는가.


<관련기사 링크>
1.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122901033011000002

목록